지난 10월 26일 '경기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입법예고됐다. 흔히 표현하는 '행정조직 개편'이다.
행정조직 개편은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신임 도지사의 행정 추진 방향을 감안해 매번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특별할 것도 없고 또 당연히 시행해야 할 도지사의 중요 업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입법예고된 행정조직 개편안은 경기도 곳곳의 지역사회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경기도민 입장에서 우려스러운 내용이 발견된다.
마을공동체 담당 주무부서인 마을공동체과가 협동조합마을공동체과로 명칭 및 기능이 이전되었다는 점이나, 기존 소통협치국이 폐지되고 대신 사회적경제국 소속으로 바뀔 것이라는 계획은 특별히 현재로서 특별한 문제라 여겨지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또는 지원기구에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안했던 내용들은 이번 행정조직개편안에서 전혀 수용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는 '일란성 쌍둥이'란 표현을 자주 한다. 그만큼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는 당위·명분에 있어서나 현장의 실제 있어서 결코 분리될 수 없다.
마을공동체는 나날이 경쟁 중심의 관계망이 강화되는 그래서 '각자도생'의 사회를 넘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유일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실현하려는 지향으로 시작되고 발전해 왔다.
즉 마을공동체는 경쟁 중심의 사회적 관계망을 상호부조에 기반한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관계망으로 변화시키려는 사회적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의 핵심 지향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마을공동체의 특성상 지역사회에서부터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역사회를 주민들의 자치를 통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주민자치 정책과는 매우 긴밀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장에서는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마을공동체가 폐쇄적 관계망을 넘어 지역사회와 만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운영하는 핵심적 과정과 방법 그리고 지향은 마을공동체 활동 및 사업 등과 분리될 수 없다. 이에 두 영역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점차 강해졌고 이를 통합한 '마을자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경기도에서도 이미 7-8년 전부터(7년 전에 '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를 설립했지만 그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8년 이상) 민간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해 왔다.
그 지원들은 현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그런 활성화의 과정을 거치며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 지원 정책이 각각 따로 기획되고 집행되는 문제점이 점점 크게 부각됐다.
이는 이 지원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경기도 내 주무 부서가 별개, 심지어 소속된 '국'마저 다른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행정의 칸막이에 대한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됐음을 고려하면 소속 국마저 다른 두 주무 부서의 협업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사회 현장은 이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해 민선 8기 들어 현장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마을공동체 관련 도지사에게 제안하는 '마을 정책선언'을 합의해 발표했다. 이 선언의 내용을 만들고 수정하는 과정에 경기도민 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10개의 포괄적 선언의 내용에는 마을과 주민자치가 통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내용이 무려 6개에 달한다. 그만큼 마을과 주민자치의 통합이 필요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는 당연히 행정의 정책과 사업에서도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저간의 흐름이 이번 경기도 행정조직 개편에서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도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경기도와 경기도지사는 도민들의 의견이 담긴 '마을정책선언'의 취지와 내용을 다시 한번 고려해 주길 바란다.
그것은 특정 집단의 이해에서 비롯된 우려가 아니다. 경기도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 주길 희망하는 제안이다.
그리고 이는 민선 8기 경기도 슬로건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에 부합하는 제안이기도 하다.
필자 개인도 경기도민의 한 사람이기에 경기도가 마을자치라는 정책적 변화를 선도하는 지역정부로 발전하길 진정으로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