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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오피니언

[기자수첩]'힘이 없는 민족, 나라 없는 민족'은 어디에 하소연 하나

1923 간토대학살, 일본 시민들은 사죄해야 한다는데

지난 14일 경기도청에서는 '힘이 없는 민족, 나라 없는 민족'이 당한 학살을 알리는 영화의 시사회가 열렸다. 그 당시 일본에 거주하고 있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다.

 

이날 김동연 경기지사는 시사회 전 인사말에서 "우리나라는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라며 "이러한 비극이 다시 오지 않도록 대비하는 민족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조직적으로 조선인을 학살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문서로 만들어 지방 정부에 이첩하고 계엄령을 선포해 무고한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했다.

 

영화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비밀리에 보관하고 있던 기밀문서와 함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스기오 의원 등 정치인, 시민단체, 학살 피해자 유족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침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류 역사에 유례를 볼 수 없는 반인류적인 범죄이자 제노사이드인 학살 사건으로 10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웃음도 박수도 없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스크린만 응시하고 있었다.

 

김태영 감독은 "사진 한 장과 '간토 학살의 실체'라는 책을 가지고 최규석 감독과 영화로 제작해 후손들에게 알릴 방법에 대해 의논했다"라며 "일본판은 영국 홉킨스 기함의 장교로 추정되는 조지 로스가 촬영한 사진과 천황에 관계되는 증언 등 일부를 삭제하고 일본 국회에서 특별시사회를 개최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영화를 관람한 일본 사람들은 경악했고 일본 정치인들은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라며 "프랑스 르피가로에 특집기사로 실리는 등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규석 공동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필요한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모든 자료를 일본에 의존해야만 했다"라며 "그들이 제공하는 자료에 의해서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왜 이걸 그냥 지나갈까?', '우리의 자료가 왜 일본에서만 나올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영화인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었다. 일본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피해자인 '우리는 왜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는 부끄러움과 의문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를 제작한 두 감독의 소망은 소박했다. 많은 사람이 영화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해국인 일본 시민들은 사죄하겠다고 하는데 정작, 피해국인 한국과 국민들은 아무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는 표현에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고 본다.

 

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재미보다는 꼭 봐야 할 영화도 있다. 주입식 교육이 필요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