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미래신문=민경호 기자) 임은정 대정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지난 4일 윤석열이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의 감찰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버텄던 것처럼 지금 대통령 관저에서도 그러리라고 예상한 터라 놀라거나 실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는 2019년 12월 검찰총장 내정자인 윤석열에게 총장이 되면 너무 위험한 사람인데 검사로서 빛나는 순간이나마 있는 선배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축하와 응원의 메일을 띄웠다며 당시 윤석열에게 보낸 메일을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공개했다.
임 검사는 SNS에 "2013. 징계를 받고 창원지검으로 날아가 있다가, 대구고검으로 날아온 검사장님을 찾아뵌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총장 내정자인 검사장님 앞으로 메일을 쓰게 되다니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에 뭉클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시대의 격랑이 또 우리를 어디로 보낼지 알 수 없으니까요...."라며 "2019. 7. 12.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윤석열 검사장에게 띄운 메일 머리글입니다"라고 시작했다.
그는 "2012. 대검 중수부 폐지로 입장 선회한 한상대 총장을 쫓아낸 ‘검란’ 특수통 행동대장이자 대변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의 활약을 같은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며 직접 보고 듣기도 했다"며 "2018. 윤석열 검사장의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해 고발인 조사를 받고 제 진술조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가 불허되어 검사장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한 민원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이 되면 너무 위험한 사람인데... 싶어 조마조마했지만, 검사로서 빛나는 순간이나마 있는 선배"라며 "그로 인해 삶의 부침을 겪으며 깨달은 바가 적지 않을 테니... 그리고 보필하는 대검 참모들과 각급 기관장들이 말려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축하와 응원 메일을 그렇게 띄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불안했던 마음이 현실화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검찰권을 이용해 대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실망해 분노도 컸지만, 기대와 쌓인 기억들이 적지 않은 만큼, 속상하고 서글픈 마음도 없지 않았다"고 올렸다.
임 검사 말에 따르면 "윤석열은 권한의 한계와 제한에 관심 없고, 거짓말로 그때 그때를 모면하는 분이라, 그 끝은 범죄일람표가 첨부된 판결문임을 직감했다"라며 "그의 몰락과 함께 그를 지탱해 온 우리 검찰도 같이 저물 텐데, 그를 말리지 못하고 검찰을 바꾸지 못한 나도 죄인이니 같이 저물어야겠다...는 생각을, 각오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2. 3.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경고용 계엄에 불과했다'는 그의 해명에 반하는 '12.3 비상계엄 특수본'의 보도자료들을 읽으며 예상대로 애꿎은 경호처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워 관저에서 농성 중인도 못난 검찰 선배의 추태를 뉴스로 연이어 접하며 검찰 동료들은 심란한 얼굴로 말을 아끼고 있다"고 검찰내부의 분위기도 전했다.
임 검사는 "검찰총장 시절, 법무부의 감찰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총장실에서 검사와 수사관들을 내세워 서류 수령을 거부하고 버텼던 것처럼, 대통령 관저에서 그러리라고 예상한 터라, 놀라거나 실망하지는 않은데, 답답한 이 시국이 사필귀정으로 속히 끝나길 바라는 많은 벗님들은 실망하고 분노하고 계신다"라며 "원래 저랬던 분을 검찰과 검찰 출입기자단이 덮어주고 포장해 대통령으로 만들어 올렸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검찰, 검찰과 한 몸이었던 언론이 반성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민주시민들을 깨우치고 각성케 하는 데는 이만한 촉진제가 달리 없다"라며 "고통스럽지만, 속살을 찢어 모래를 품은 조개만이 영롱한 진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만큼, 깨어난 시민들이 만드는 우리의 내일은 찬란하도록 눈부실 거다. 벗님들, 기운 냅시다"라고 역설했다.
끝으로 임은정 검사는 "2019년 쓴소리를 한 그 메일부터 답장도 없었고 그 후 제 메일은 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